다소 곤란한 감정

김신식

세상만사에 무심하고도 초연한, 자발적 아싸이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만큼이나 ‘저 사람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호기심도 늘 가지고 있어서 타인의 심중을 헤아리는 데 골몰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감정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책에서는 그 위계를 주목한다. (그래서 제목이 ‘곤란한 감정들’인 걸까?) 감정사회학을 설명하는 개론서라기보다는, 동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감정사회학자의 단상, 즉 에세이에 가깝다. 또한, 저자의 폭넓은 비평 경험(영화, 문학, 정치·사회, 대중음악, 사진, 미술 등) 덕분에 예기치 못했던 작품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책에서 느낀 내용과는 별개로, 더는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타인의 심중을 헤아리기보다는 판단하려 했고, 그럴수록 드러나는 것은 내 인식 세계의 뿐이었다. 또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편견을 품은 채 타인의 의외성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면서도 타인은 평면적으로 본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발췌

살아오면서 내게 감정과 마음에 대한 예리한 혜안을 건넸던 사람은 우울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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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누군가의 심적 상태에 대해 어리숙하다고 평한다.
(…) 타인의 우울감을 자신도 오래전 겪어봤다며 위로한다. 이는 위로가 아니라, 타인의 우울감에 대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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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는 오늘날 자기감정에 충실하기를 설파하는 ‘감정의 호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 사회인으로 맞닥뜨린 상황들을 당신이 꼼꼼히 돌아보고자 할 때 감정이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음을 전하려 했다.



🏷 1부 우울과 행복 / 4부 감정과 공감
🏷 취향화된 혐오 / 미디어 피로감 / 감정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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