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선언
문유석
개인주의자로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무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기라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자유를 때때로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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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바이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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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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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합리적 개인은 자신의 비합리성까지도 자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개인주의는 각자도생의 이기주의로
전략하여 결국 가지 자신의 이익마저 저해할 뿐이다. 자기이익을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합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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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가치상대주의가 내면화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의 미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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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 청년이 '슬럼가 흑인이 더럽고 불쾌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인간을 노예로 사냥한 역사와 빈부격차, 불평등이라는
맥락에 대한 무지다. 인간 세상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치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그걸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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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은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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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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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든 어떤 학문이든 결국 인간의 여러 특성 중 범주화할 수 있는 보편성을 추출해서 보여준다. 문학은 그보다 훨씬 풍부하게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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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상당수는 인과관계도, 동기도, 선악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 주관적인 내면 고백 덩어리로 보이는 문학이 실제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을
더 잘 설명해 줄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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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할 거면 우선 제대로된 자본주의부터 하면서 그다음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능력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통해 정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자본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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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자기파괴적인 자본주의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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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낳는 부작용을 비판하기 위해 경쟁이 낳는 효율성을 악으로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렇다고 효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그림자를 무시하는 것도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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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자연 상태의 폭력성을 문명화 과정을 통해 극복하여 현대적인 평화를 이루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은 지금의 발전한 문명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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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문제 아닌 것을 이념 문제화하는 강박증은 두 가지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 실제적으로 필요한 토론과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둘째, 삼인성호. 몇몇 소수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념 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다보면 마치 이 사회에 진짜 심각한 이념 대립이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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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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